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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수의 상담이야기 12] Just Something Different
[사진 depositphotos]

사랑하는 두 남녀가 만나서 열심히 연애를 하고 드디어 결혼을 하였습니다. 이들의 결혼 생활은 말 그대로 핑크 빛 분위기가 뿜뿜 흘러 나왔습니다.

결혼 생활이 이어지면서 결혼 초에 아롱졌던 핑크 빛 무드가 서서히 깨지기 시작했습니다. 다툼도 잦았고 서로의 욕구가 상충되어 부부 중의 한 명이 마음이 상하는 일도 빈번했으며 화가 나서 잠시 동안 침묵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드디어 이 부부의 결혼 생활이 현실에 직면하게 된 것입니다. 이중 가장 두드러진 것은 서로의 원 가족 배경에서 비롯된 습관과 행동으로 인한 갈등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남편은 밥을 먹을 때는 조용히 밥만 먹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왜냐하면 밥을 먹으면서 이야기를 하면 당장에 들었던 소리가 “밥 먹을 때는 입 벌리지 말고 조용히 밥만 먹으라”라는 준엄한 아버지의 지침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아내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아내의 생각은 밥을 먹을 때는 가족화 대화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아내의 원가족은 밥을 먹을 때는 가족들이 모여 앉아서 조잘거리며 서로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밥을 먹을 때 입을 꾹 다물고 밥을 먹는 남편과 밥을 먹을 때는 조잘거리며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마음껏 해야 한다는 아내가 만나 결혼을 하였습니다. 남편은 밥을 먹을 때 이야기를 해야 하는 아내를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반대로 아내는 밥을 먹을 때는 입을 꾹 다물고 마치 중대사를 앞두고 비장한 각오를 하는 것처럼 말 하지 않는 남편의 태도를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이렇게 서로의 다른 원 가족 배경과 습관으로 이 부부는 한참 동안 갈등을 겪었습니다.

가족은 하나의 체계(System)입니다. 지금은 가족의 문제를 가족 구성원 개인의 문제에 한정하지 않고 가족 전체로 확대해서 가족들이 겪고 있는 문제가 무엇인지, 그 문제가 어떻게 발생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 문제로 인해서 가족 구성원들이 어떠한 영향을 받고 있는지를 다방면으로 접근하고 치료하는 가족치료(Family Therapy)가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가족이라는 체계 속에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가족의 행동양식이나 생활을 규정짓는 가족규칙(Family Rule)입니다. 그래서 결혼이란 상이한 두 가족규칙의 결합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가족규칙들은 본인이 태어나고 성장했던 원가족에서 기원하는 경우들이 대부분입니다. 즉 어린 시절에 부모와 다른 형제와 자매들과의 관계에서 형성되고 학습화된 행동양식과 관습 및 인식입니다.

서두에 말씀을 드린 이 부부에서 남편의 가족규칙은 밥 먹을 때는 말하지 않는 것입니다. 아내의 가족규칙은 밥을 먹을 때는 대화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랑으로 만났지만 막상 결혼하고 나면 원가족에서 기원한 서로의 가족규칙들이 작용하면서 갈등을 야기하고 때론 심화되기도 합니다.

규칙과 규칙의 만남인 가족이 겪는 여러 갈등과 어려움은 전문적인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표출된 가족규칙을 진단하고 서로 상충되는 규칙들을 완화시킬 수 있는 기술이나 실천들이 전문가의 도움으로 진행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이 자리를 빌어서 한 가지 매우 중요한 팁을 드린다면, 상충되는 서로의 가족규칙에 대한 관점을 바꾸어 보아야 합니다. 서로의 다른 점은 한편이 잘못되었고 다른 한편이 옳다는 것이 아니라 그저 서로 다른 차이점을 가졌을 뿐이라는 것입니다. Something Wrong 이 아니라 Just Something Different 입니다.

최민수 목사
The 낮은 교회 담임
상담심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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